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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들리는 판 위에 메트로놈 서른두 개를 올려놓고 제각각 다른 박자로 시작시킨다. 몇 분이 지나면 전부 같은 박자로 흔들린다. 아무도 맞추지 않았는데 저절로 그렇게 된다.

내 계좌에 열 종목이 들어 있다. 이것들은 지금 각자 놀고 있는가, 아니면 이미 한 박자로 맞물려 버렸는가. 그걸 재보려고 21년치 데이터를 열었다.

다리가 흔들리자 사람들이 걸음을 맞췄다

메트로놈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동남아 맹그로브 숲의 반딧불이 수천 마리는 한 나무에서 일제히 점멸하고, 심장의 박동조율 세포 수만 개는 매번 같은 순간에 발화한다.

가장 값비싼 사례는 런던 밀레니엄 브릿지를 들 수 있다. 2000년 6월 10일 개장한 런던 밀레니엄 브리지는 사람들이 몰리자 좌우로 흔들리기 시작했고 이틀 만에 폐쇄됐다. 스티븐 스트로가츠 연구팀이 2005년 네이처에 실은 분석의 결론은 설계 결함이 아니었다. 다리가 흔들리자 사람들이 균형을 잡으려 걸음을 맞췄고, 걸음이 맞자 다리가 더 흔들렸다. 되먹임이 임계를 넘자 군중 전체가 한 박자로 맞물려 버린 것이다. 보강 공사에 91개의 감쇠기와 약 890만 달러가 들었다.

물리학에서는 이걸 동기화라고 부른다. 핵심은 서서히 맞춰지는 게 아니라는 점이다. 개체를 잇는 결합이 약할 때는 각자 놀다가, 결합 세기가 어떤 값을 넘는 순간 갑자기 전원이 같은 박자에 맞물려 서로 어긋나지 못하게 된다. 물이 0도에서 갑자기 어는 것과 같은 종류의 전환이다.

시장에도 그 결합에 해당하는 것이 있다면, 그건 상수가 아니라 세기가 변하는 값일 것이다.

10종목을 들고 있다는 말의 실제 값

분산투자가 왜 작동하는지를 처음으로 식에 담은 건 해리 마코위츠의 1952년 논문이다. 요지는 종목을 많이 담는 것 자체가 아니라 서로 어떻게 움직이는지가 위험을 정한다는 것이었다. 그 말을 가장 단순한 형태로 확인해보자.

같은 금액씩 N개 종목에 나눠 담은 포트폴리오의 분산은 이렇게 쓴다.

σp² = (1/N)·σ² + (1 − 1/N)·ρ̄·σ²

바닥이 있다면 “실질적으로 몇 종목을 든 셈인가”를 물을 수 있다. 같은 분산을 내는 무상관 종목이 몇 개인지로 환산하면 된다. 그걸 유효 종목수라고 부른다.

N_eff = N / (1 + (N − 1)·ρ̄)

코스피 시가총액 상위 종목 중 2005년부터 데이터가 이어지는 열 개를 골라 재봤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현대차·기아·NAVER·셀트리온·POSCO홀딩스·KB금융·신한지주·LG화학이고, 표본은 2005년 7월부터 2026년 8월까지 5,172거래일이다.

전 기간 평균 상관계수는 0.308이었다. 식에 넣으면 이렇게 된다.

N_eff = 10 / (1 + 9 × 0.308) = 2.65

열 종목을 들고 있었지만 실제로는 2.65종목을 든 셈이다. 나머지 일곱은 이름만 달랐다.

코스피 대형주 10종목의 명목 종목수와 유효 종목수 비교

상관은 상수가 아니라 계절의 함수다

위 차트에서 이미 답이 나왔지만, 이게 이 글의 핵심이라 따로 세운다. 평균 상관은 고정된 성질이 아니다.

시장의 20일 변동성을 기준으로 표본을 삼등분해 각 구간에서 따로 쟀다.

국면표본평균 상관 ρ̄유효 종목수
잔잔한 시기 (변동성 하위 25%)1,289일0.1254.70종목
중간2,594일0.2193.37종목
요동치는 시기 (상위 25%)1,289일0.4372.03종목
2026년149일0.4711.91종목

잔잔할 때 4.7종목이던 것이 요동칠 때 2.0종목이 된다. 분산투자의 효용이 필요 없을 때 가장 크고, 필요할 때 가장 작다.

시간축으로 보면 더 분명하다. 60거래일 창을 굴리며 평균 상관을 계속 계산해봤다.

시기60일 롤링 최대그때 유효 종목수
평온했던 2017년 (연평균)0.1264.68종목
금융위기 (2009-02-02)0.6071.55종목
코로나 (2020-03-23)0.6581.45종목
2026-05-040.6871.39종목

21년 통틀어 가장 높았던 날이 올해 5월 4일이다. 열 종목이 1.4종목으로 접혀 있었다는 뜻이다.

여기서 오해하기 쉬운 지점을 미리 못 박아둔다. 이 값은 예측이 아니다. 60일 롤링이므로 5월 4일의 수치는 그날부터 거슬러 2월 3일까지의 창을 본 값이고, 그 창 안에는 3월 4일의 −12.06%가 들어 있다. 이미 벌어진 동조화를 사후에 읽은 것이지 6월 폭락을 미리 가리킨 게 아니다.

다만 수준 자체는 기록할 만하다. 2026년 월평균으로 보면 1월 0.265에서 4월 0.620까지 올라갔고, 8월 현재도 0.451이다. 평온기의 세 배가 넘는 값이 반년째 유지되고 있다.

60일 롤링 평균 상관계수와 코스피 지수 — 위기마다 솟는 동조화

종목을 늘려도 멈추는 지점

여기까지 읽으면 자연스러운 대응이 하나 떠오른다. 열 개가 2.65개라면 종목을 더 사면 되지 않나.

앞의 식이 그 질문에 바로 답한다. N_eff 식에서 N을 키우면 분모의 (N−1)ρ̄도 같이 커지기 때문에, 늘려도 늘어나지 않는 지점이 온다. 극한값은 1/ρ̄다.

아래 표의 값은 전부 유효 종목수, 즉 “무상관 종목 몇 개를 든 셈인가”다.

평균 상관 ρ̄5종목10종목50종목100종목1,000종목상한
0.125 (잔잔할 때)3.334.717.027.487.948.00
0.308 (전 기간 평균)2.242.653.113.183.243.25
0.437 (요동칠 때)1.822.032.232.262.292.29

표의 마지막 줄이 이 글에서 가장 불편한 숫자다. 요동치는 국면에서는 열 종목을 사든 천 종목을 사든 2.03과 2.29의 차이밖에 없다. 990종목을 더 사서 0.26종목어치를 얻는다.

분산투자의 바닥은 종목 수가 아니라 상관이 정한다.

종목 수를 늘릴 때 유효 종목수가 어디서 멈추는지 보여주는 곡선

내가 밟은 함정 — 상관계수에는 두 종류가 있다

이 글을 준비하면서 처음 잡았던 수치는 지금과 달랐다. 평상시 0.058, 폭락일 0.277. 여섯 배 가까이 뛴다는 그림이었고 훨씬 극적이었다.

다시 돌려보니 틀렸다. 두 값이 서로 다른 기준으로 측정된 것이었다.

  • 원시 상관 — 수익률을 그대로 넣고 측정한다. 시장 전체가 같이 오르내리는 몫이 포함된다.
  • 잔차 상관 — 각 종목에서 시장 움직임에 따라 설명되는 부분을 먼저 빼내고, 남은 것끼리 측정한다.

0.058은 잔차 쪽, 0.277은 원시 쪽이었다. 기준을 섞으면 없는 급등이 만들어진다. 같은 기준으로 다시 측정하면 이렇다.

기준전 기간시장 −3% 이하시장 −5% 이하
원시 상관0.3080.2960.323
잔차 상관0.0210.1400.160

원시 상관은 폭락하는 에 거의 안 움직인다(0.308 → 0.323). 앞 장에서 국면으로 잘랐을 때는 두 배 넘게 벌어졌는데 왜 여기서는 안 벌어지나. 폭락일은 이미 요동치는 국면 안에 들어 있어서, 전 기간 평균과 맞대면 차이가 희석되기 때문이다. 하루로 자르면 안 보이고 계절로 잘라야 보인다.

반면 잔차 상관은 실제로 오른다. 0.021에서 0.160으로 일곱 배가 넘는다. 시장 요인을 걷어내고도 남는 동조화가 폭락일에 생긴다는 뜻이다. 다 같이 빠져서만은 아니라는 증거다.

“위기 때 상관이 1로 수렴한다”는 격언이 자주 과장되는 이유도 여기 있다. 원시 상관은 위기에도 0.7 근처가 상한이고, 1에 가까워지는 건 훨씬 좁은 순간뿐이다. 숫자를 인용할 때는 어느 기준으로 측정되었는지를 같이 물어야 한다.

그래서 무엇을 하나

계산이 주는 처방은 넷이다.

  1. 종목 수로 안심하지 않는다. 열 종목이 2.65종목이었다. 개수는 분산의 지표가 아니다. 굳이 지표를 하나 들라면 N_eff다.
  2. 덜 닮은 것을 섞는 쪽이 크게 움직인다. 상관을 0.437에서 0.125로 낮추면 상한이 2.29에서 8.00으로 올라간다. 같은 효과를 종목 수로 내려면 불가능하다. 자산군·통화·지역이 다른 것을 섞는 게 종목을 하나 더 사는 것보다 낫다.
  3. 60일 롤링 평균 상관을 감시 지표로 둔다. 0.5를 넘은 기간은 21년 중 5.1%뿐이라 신호로 쓸 만하다. 넘어가면 종목을 바꾸는 게 아니라 총 익스포저를 줄이는 쪽으로 대응한다. 이 국면에서는 종목 교체가 거의 효과가 없기 때문이다. 얼마나 줄일지는 포지션 크기의 안전계수에 따로 계산해뒀다.
  4. 한국 시장에는 추가 조건이 있다. 위 열 종목 중 둘이 반도체이고, 지수 자체가 그 사이클에 크게 묶여 있다. 국내 대형주만으로 만든 포트폴리오는 상관의 바닥이 구조적으로 높다.

한계도 적어둔다. 표본이 대형주 열 개라 중소형주를 넣으면 값이 달라진다. 상관은 선형 관계만 재기 때문에 꼬리에서의 동조화는 과소평가될 수 있고, 그 지점은 폭락의 크기 분포와 함께 봐야 한다. 그리고 21년 평균이 앞으로도 유지된다는 보장은 어디에도 없다.

자주 묻는 질문 (FAQ)

Q1. 유효 종목수가 2.65면 분산투자가 무의미하다는 뜻인가요?

A. 아니다. 2.65종목은 1종목보다 확실히 낫다. 개별 종목 하나가 무너질 위험은 열 종목으로 나눠 담으면 실제로 크게 줄어든다. N_eff가 말하는 건 시장 전체가 같이 움직이는 위험은 종목을 나눠서 지울 수 없다는 것뿐이다. 지울 수 있는 위험과 없는 위험을 구분하라는 이야기이지, 나누지 말라는 이야기가 아니다.

Q2. 그럼 몇 종목이 적당한가요?

A. 위 표에서 상관 0.31 기준으로 5종목이 2.2, 10종목이 2.6, 50종목이 3.1이다. 10종목을 넘어가면 얻는 게 급격히 줄어든다. 그 지점부터는 종목을 더 세는 것보다 덜 닮은 자산을 넣는 쪽의 효율이 훨씬 높다. 관리 비용까지 감안하면 국내 대형주만으로는 10~20종목 언저리가 실용적인 구간으로 보인다. 그렇지만 전업투자자가 아니라면 개인이 종목을 분석하고 대응할 수 있는 종목수에는 각자만의 한계가 있을 것이다.

Q3. 상관이 낮은 자산은 어떤 게 있나요?

A. 크게 셋이다. 해외 주식은 통화가 섞여 원화 기준으로는 상관이 낮아지는 편이지만, 위기 때는 세계 증시가 같이 빠지므로 기대만큼 낮지 않을 수 있다. 채권은 전통적으로 주식과 반대로 움직였으나 2022년처럼 금리가 급등하는 국면에서는 같이 빠졌다. 금·원자재는 상관이 낮은 대신 이자나 배당이 없어 보유 기간이 길수록 기회비용이 쌓인다. 어느 쪽이든 “과거 상관이 낮았다”가 “앞으로도 낮다”를 뜻하지 않는다는 게 이 글의 요지와 같다.

Q4. 상관계수는 어디서 확인하나요?

A. 증권사 앱에서 바로 주는 곳은 드물다. 직접 재려면 종목별 일간 종가만 있으면 된다. 엑셀이면 각 종목의 일간 수익률을 구한 뒤 CORREL 함수로 쌍마다 계산하고 평균을 내면 되고, 10종목이면 45쌍이다. 이 글은 파이썬으로 5,172일치를 한 번에 돌렸지만 계산 자체는 같다. 중요한 건 도구가 아니라 어느 구간에서 쟀는지를 함께 적어두는 것이다.

이 글은 투자 조언이 아니다. 과거 데이터의 통계적 성질을 정리한 것이고, 판단과 책임은 각자의 몫이다.

메트로놈은 판이 흔들려야 박자를 맞춘다. 판이 고요하면 서른두 개가 서른두 박자로 논다. 내 계좌의 열 종목도 마찬가지여서, 분산돼 있는지 아닌지는 종목을 세어서는 알 수 없고 판이 얼마나 흔들리는지를 봐야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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