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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스크 관리 3대 지표 — 포지션 사이징·샤프지수·MDD 개념도

리스크 관리의 세 기둥: 포지션 사이징·샤프지수·MDD, 숫자로 직접 계산해봤다

/ 18 min read

Table of Contents

내 첫 계좌는 한 해에 +50%를 찍었다. 솔직히 어깨가 으쓱했다. 그런데 그다음 해, 확신했던 한 종목에 크게 실어 −50%를 맞고 나니 계좌는 정확히 출발선에 돌아와 있었다. 그제야 수익률만 보던 내 눈을 의심하기 시작했다. 리스크 관리는 수익률 뒤에 붙는 곁가지가 아니라, 수익률이 살아남게 해주는 토대였다.

이 글은 그때 내가 뒤늦게 공부한 세 가지 지표 — 포지션 사이징, 샤프지수, MDD — 를 실제 숫자에 대입해 정리한 기록이다. 개념만 늘어놓지 않고, 내 계좌에 바로 대입할 수 있는 계산까지 끝까지 따라가 본다.

+50%와 −50%는 왜 본전이 아닌가

수익률에는 잔인한 비대칭이 숨어 있다. −50%를 복구하려면 +50%가 아니라 +100%가 필요하다. 반토막 난 100만원은 50만원이고, 그 50만원이 다시 100만원이 되려면 두 배, 즉 +100%를 벌어야 하기 때문이다.

복구에 필요한 수익률 공식은 단순하다. 필요 수익률 = 손실률 ÷ (1 − 손실률). 이 식에 숫자를 넣어보면 골짜기가 깊어질수록 사다리가 기하급수적으로 길어진다.

손실률별 본전 회복에 필요한 수익률 — 리스크 관리 비대칭 막대그래프

−20%까지는 회복이 손실과 엇비슷하다. 하지만 −50%를 넘는 순간 게임의 성격이 바뀐다. 그래서 나는 “얼마를 벌까”보다 “얼마까지 잃어도 되는가”를 먼저 정하게 됐다.

−50%는 +50%로 복구되지 않는다.

MDD — 내가 견뎌야 할 골짜기의 깊이

MDD(Maximum Drawdown, 최대낙폭)는 자산이 고점에서 저점까지 가장 깊게 빠진 폭이다. 누적 수익률이 아무리 좋아도, 중간에 견뎌야 했던 골짜기가 깊으면 대부분의 사람은 바닥에서 손절하고 시장을 떠난다. MDD는 그 “심리적 한계 시험”을 숫자로 보여준다.

계산은 직관적이다. 운용 중 매 순간의 고점(전고점) 대비 현재 가치의 하락률을 구하고, 그중 가장 큰 값을 고른다.

예를 들어 계좌가 1,000만원까지 올랐다가 650만원까지 빠졌다면, MDD는 (650 − 1,000) ÷ 1,000 = −35%다. 그리고 이 −35%를 회복하려면 앞 장의 공식대로 0.35 ÷ 0.65 = +53.8%가 필요하다. 35%를 잃었는데 54%를 벌어야 제자리라는 뜻이다.

내가 전략을 고를 때 CAGR(연복리 수익률)만큼이나 MDD를 먼저 보는 이유가 여기 있다. 수익률은 “최선의 시나리오”를 그리지만, MDD는 “내가 실제로 버텨야 할 고통의 크기”를 그린다.

샤프지수 — 같은 수익이라도 ‘질’이 다르다

두 친구가 똑같이 “올해 두 자릿수 벌었다”고 말한다. 그런데 한 명은 매일 잠 못 자며 벌었고, 다른 한 명은 거의 흔들림 없이 벌었다면, 두 수익의 질은 전혀 다르다. 이 ‘질’을 숫자로 만든 게 샤프지수다.

공식은 이렇다. 샤프지수 = (연 수익률 − 무위험 수익률) ÷ 변동성(표준편차). 감수한 위험 한 단위당 초과수익을 얼마나 얻었는지를 잰다. 무위험 수익률은 보통 단기 국고채 금리를 쓴다(여기선 3.5%로 가정).

두 전략에 직접 대입해 보자.

  • 전략 A — 연 수익 15%, 변동성 25% → (15 − 3.5) ÷ 25 = 0.46
  • 전략 B — 연 수익 9%, 변동성 8% → (9 − 3.5) ÷ 8 = 0.69

수익률만 보면 A(15%)가 B(9%)를 압도한다. 그런데 샤프지수로 보면 B가 0.69로 A의 0.46보다 1.5배 효율적이다. 같은 위험을 졌을 때 B가 더 많은 초과수익을 뽑아낸다는 뜻이다.

두 전략 샤프지수 비교 — 수익률은 A가 높지만 위험조정수익은 B가 우위

수익률 1등이 위험조정 1등은 아니다.

샤프지수에는 한계도 있다. 상승 변동성까지 ‘위험’으로 똑같이 깎는다는 점이다. 그래서 나는 하락 변동성만 보는 소르티노 지수(Sortino)를 보조로 함께 본다. 그래도 출발점은 샤프다. 더 깊은 정의는 Investopedia의 Sharpe Ratio 설명에 잘 정리돼 있다.

포지션 사이징 — 한 번에 얼마를 걸 것인가

세 지표 중 가장 실전적인 건 포지션 사이징이다. 진입의 옳고 그름보다, “한 번에 계좌의 몇 %를 거느냐”가 장기 생존을 더 크게 좌우하기 때문이다. 같은 매매 전략도 베팅 크기에 따라 누군가는 살아남고 누군가는 파산한다.

2% 룰 — 한 번에 잃어도 되는 한도부터 정한다

가장 널리 쓰이는 출발점이다. “한 번의 매매에서 계좌의 2%를 초과해 잃지 않는다” 는 원칙이다. 핵심은 포지션 크기를 먼저 정하는 게 아니라, ‘허용 손실액’에서 거꾸로 포지션을 계산한다는 데 있다.

계좌가 5,000만원이라면 1회 허용 손실은 그 2%인 100만원이다. 여기에 손절 폭을 대입한다.

  • 손절을 −8%로 잡으면 → 포지션 = 100만 ÷ 0.08 = 1,250만원 (계좌의 25%)
  • 손절을 −4%로 잡으면 → 포지션 = 100만 ÷ 0.04 = 2,500만원 (계좌의 50%)

손절선이 타이트할수록 더 크게 살 수 있고, 느슨할수록 작게 사야 같은 위험이 유지된다. 손실액을 고정하니 종목마다 베팅이 자동으로 조절되는 셈이다.

변동성 기반 — 흔들리는 종목은 작게

종목마다 출렁임이 다르다. 같은 −8% 손절이라도 변동성이 큰 종목은 그 선에 훨씬 빨리, 더 자주 닿는다. 그래서 ATR(평균 진폭) 같은 변동성 지표로 포지션을 조절한다. 원리는 단순하다. 변동성이 2배인 종목은 포지션을 절반으로 줄인다. 모든 종목이 계좌에 비슷한 크기의 위험을 기여하도록 맞추는 것이다.

켈리 공식 — 이론적 최적 베팅 비율

승률과 손익비를 안다면, 장기 성장률을 최대화하는 베팅 비율을 켈리 공식으로 구할 수 있다. f* = W − (1 − W) ÷ R (W=승률, R=손익비).

내 매매가 승률 55%, 손익비 1.5라고 해보자. f* = 0.55 − (0.45 ÷ 1.5) = 0.55 − 0.30 = 0.25. 한 번에 계좌의 25%를 걸라는 답이 나온다.

문제는 켈리가 ‘이론적 최적’일 뿐, 실전에선 너무 공격적이라는 점이다. 승률·손익비 추정이 조금만 틀려도 과배팅이 되고 MDD가 폭발한다. 그래서 많은 전문가가 그 절반인 하프 켈리(12.5%) 를 쓴다. 그리고 켈리 값이 0 이하로 나오면, 그건 ‘베팅 크기를 줄여라’가 아니라 ‘아예 걸지 마라’는 신호다.

음수 켈리는 ‘걸지 마라’는 뜻이다.

포지션 사이징 3방식 비교와 켈리·하프켈리 곡선

요즘은 이 계산을 손으로 하지 않고 로보어드바이저나 백테스트 도구에 맡기는 경우도 많다. 다만 자동화 도구를 고를 때도 장단점은 따져야 한다. 로보어드바이저는 변동성 기반 자산배분을 알아서 해주지만 수수료가 붙고 룰이 보수적이라 큰 초과수익은 어렵고, 직접 짜는 퀀트 백테스트 도구는 자유롭지만 과최적화의 함정이 크다. 결국 도구가 무엇이든, 위 세 지표를 이해하고 있어야 그 결과를 의심할 수 있다.

세 지표를 하나의 진입 룰로 묶기

따로 보면 흩어진 지식이지만, 묶으면 한 장의 체크리스트가 된다. 나는 매매를 결정하기 전에 이 순서를 거친다.

  1. 걸러내기 (샤프) — 이 전략·종목의 위험조정수익이 쓸 만한가? 샤프가 음수거나 형편없으면 진입 자체를 접는다.
  2. 크기 정하기 (포지션 사이징) — 통과했다면 2% 룰 또는 하프 켈리로 이번 베팅 크기를 계산한다. 확신이 들어도 한도를 넘기지 않는다.
  3. 중단선 긋기 (MDD) — 계좌 전체의 MDD 한도(예: −20%)를 미리 정하고, 거기에 닿으면 기계적으로 포지션을 줄이거나 멈춘다.

샤프가 ‘무엇을 탈지’, 포지션 사이징이 ‘얼마나 실을지’, MDD 한도가 ‘언제 내릴지’를 정해준다. 셋이 맞물리면, 한 번의 큰 실수가 계좌 전체를 끝장내는 일을 구조적으로 막을 수 있다. 켈리 공식의 수학적 배경이 궁금하다면 Investopedia의 Kelly Criterion 문서도 함께 보면 좋다.

마무리 — 잃지 않는 사람이 마지막에 웃는다

돌이켜보면, 내 계좌를 망친 건 나쁜 종목이 아니라 나쁜 베팅 크기와 없던 중단선이었다. 수익률은 시장이 주지만, 생존은 내가 정하는 규칙이 결정한다.

오늘 당장 적용할 수 있는 것은 이 세 가지다. ① 내가 가진 전략의 샤프지수를 거칠게라도 계산해 본다. ② 다음 매매부터 2% 룰로 포지션을 역산한다. ③ 계좌 MDD 한도를 숫자로 적어 둔다. 세 줄짜리 규칙이 한 번의 −50%를 막아준다면, 그건 어떤 종목 추천보다 값지다.

자주 묻는 질문 (FAQ)

Q1. 샤프지수는 몇 이상이면 좋은 건가요?

A. 절대 기준은 없지만 통상 1.0 이상이면 양호, 2.0 이상이면 매우 우수하다고 본다. 다만 측정 기간·자산군에 따라 크게 달라지므로, 같은 기준으로 잰 전략끼리 ‘상대 비교’하는 용도로 쓰는 게 안전하다. 단일 숫자를 맹신하지는 말자.

Q2. 켈리 공식대로 베팅하면 정말 수익이 극대화되나요?

A. 이론적으로는 장기 성장률이 최대가 맞다. 하지만 승률·손익비를 정확히 알아야 한다는 전제가 비현실적이고, 추정이 빗나가면 과배팅으로 MDD가 급증한다. 그래서 실전에서는 하프 켈리처럼 보수적으로 축소해 쓰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Q3. 포지션 사이징과 손절매는 어떻게 다른가요?

A. 손절매가 “어디서 빠져나올지(가격)“를 정하는 거라면, 포지션 사이징은 “애초에 얼마를 실을지(크기)“를 정하는 것이다. 둘은 짝이다. 손절 폭을 알아야 2% 룰로 포지션을 역산할 수 있으니, 진입 전에 손절선과 베팅 크기를 같이 정해 두는 습관이 중요하다.

Q4. 리스크 관리를 자동으로 해주는 앱이나 도구도 있나요?

A. 변동성 기반 자산배분을 자동화한 로보어드바이저, 매매 규칙을 검증하는 백테스트 도구, 손익을 기록하는 투자 일지 앱 등이 있다. 다만 도구는 계산을 대신해 줄 뿐 판단까지 대신하지 않는다. 세 지표의 원리를 알고 있어야 그 결과가 합리적인지 스스로 검증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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