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대값이 무한대인 게임의 정당한 참가비는 14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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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전을 던져 앞면이 나올 때까지 계속한다. 첫 번째에 앞면이면 1원, 두 번째면 2원, 세 번째면 4원, 이렇게 한 번 미뤄질 때마다 상금이 두 배가 된다.
이 게임에 참가하려면 얼마를 내겠는가.
기대값을 계산해보면 무한대가 나온다. 그런데 이 질문을 받은 사람들은 예외 없이 몇 푼 이상 내지 않겠다고 답한다. 이 간극이 1713년에 제기돼 유럽 수학계를 25년간 막아 세웠다.
25년 뒤에 나온 답은 지금도 보험료 산출식의 뼈대다. 그리고 그 답으로 로또와 화재보험을 계산해보면 판정이 정반대로 갈린다.
1713년, 유럽 수학계가 25년간 막힌 문제
문제를 낸 사람은 니콜라스 베르누이다. 1713년 편지에 적어 보냈고,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학술원에서 논의된 탓에 세인트피터스버그 역설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역설이라 불린 이유는 두 개의 답이 정면으로 충돌해서다. 수학이 내놓는 답은 “얼마를 내도 이득”인데, 사람이 내놓는 답은 “몇 푼도 아깝다”였다. 둘 중 하나가 틀렸는데 어느 쪽인지가 분명하지 않았다.
당시 의사결정의 표준은 기대값이었다. 일어날 수 있는 결과마다 확률을 곱해 다 더한 값으로, 여러 번 반복하면 평균적으로 얼마를 얻는지를 알려준다. 도박이든 보험이든 상거래든 이 값이 참가비보다 크면 하고 작으면 안 한다는 게 상식이었다.
이 게임에서는 그 상식이 무너진다.
항마다 정확히 0.5원씩 붙는다
기대값이 정말 무한대인지부터 확인해보자. k번째에 앞면이 나올 확률은 1/2^k이고 그때 상금은 2^(k-1)원이다.
기대값 = Σ (1/2^k) × 2^(k-1)
실제로 곱해보면 이렇다.
| 몇 번째에 앞면 | 확률 | 상금 | 확률 × 상금 |
|---|---|---|---|
| 1번째 | 1/2 | 1원 | 0.5원 |
| 2번째 | 1/4 | 2원 | 0.5원 |
| 3번째 | 1/8 | 4원 | 0.5원 |
| 10번째 | 1/1,024 | 512원 | 0.5원 |
| 30번째 | 약 10억분의 1 | 약 5억 3,687만원 | 0.5원 |
줄어드는 속도와 커지는 속도가 정확히 상쇄된다. 그래서 항을 아무리 더해도 매번 0.5원씩 늘어나기만 하고 멈추지 않는다. 10항까지 더하면 5원, 100항이면 50원, 1만 항이면 5,000원이다. 무한히 더하면 무한대다.
수학적으로 이 게임의 기대값은 무한대가 맞다. 계산에 오류가 있는 게 아니다.
사람이 극대화하는 것은 돈이 아니다
답을 낸 사람은 문제를 낸 사람의 사촌인 다니엘 베르누이다. 1738년 논문에서 그는 계산이 아니라 전제를 문제 삼았다.
기대값 계산은 1원의 가치가 언제나 1원이라고 가정한다. 그런데 전 재산이 10만원인 사람에게 100만원과, 전 재산이 100억원인 사람에게 100만원은 같은 것이 아니다. 같은 금액이라도 이미 가진 것에 따라 체감이 달라진다.
다니엘의 제안은 간단했다. 사람이 극대화하는 것은 돈의 액수가 아니라 돈의 로그다.
효용 = ln(자산)
이 자리에서 확실성등가라는 개념이 나온다. 불확실한 게임과 바꿔도 아쉽지 않은 확정 금액이다. 게임을 했을 때의 기대 효용과 그냥 확정 금액을 받았을 때의 효용이 같아지는 지점을 찾으면 된다. 그 금액이 곧 이 게임에 낼 수 있는 최대 참가비다.
자산이 100만 배 늘어도 참가비는 10원 오른다
직접 풀어봤다. 상금이 1원부터 시작한다는 전제로, 자산 규모를 바꿔가며 확실성등가를 계산했다. 푼 식은 이것이다.
Σ (1/2^k) × ln(자산 − 참가비 + 2^(k-1)) = ln(자산)
| 초기 자산 | 참가비 상한 |
|---|---|
| 100만원 | 10.94원 |
| 1,000만원 | 12.60원 |
| 1억원 | 14.26원 |
| 10억원 | 15.92원 |
| 100억원 | 17.58원 |
| 1,000억원 | 19.24원 |
| 1조원 | 20.90원 |
기대값이 무한대인 게임의 정당한 참가비가 14원이다. 1억을 가진 사람 기준이다.
더 놀라운 건 오른쪽 열이 거의 움직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자산이 100만원에서 1조원으로 100만 배 늘어나는 동안 참가비 상한은 10.94원에서 20.90원으로, 10원 올랐다.
그리고 오른쪽 열을 위에서 아래로 훑어보면 간격이 전부 같다. 1.66원씩이다. 우연이 아니라, 이 표 전체가 훨씬 단순한 식 하나로 요약되기 때문이다.
참가비 상한 ≈ ½ × log₂(자산) + 0.97
½ × log₂(자산)은 log₂(√자산)과 같은 말이다. 참가비 상한은 자산이 아니라 자산의 제곱근에 로그를 씌운 값이다. 제곱근에서 한 번 눌리고, 로그에서 또 한 번 눌린다.
무한대가 이렇게 압축된다. 이유는 두 속도의 차이에 있다. 상금은 두 배씩 커지는데 로그를 씌우면 그 두 배가 일정한 덧셈으로 바뀐다. 반면 확률은 여전히 절반씩 줄어든다. 곱하면 이번에는 상쇄되지 않고 빠르게 0으로 수렴한다.
사실, 이 계산은 상금이 1원부터 시작한다는 전제에 크게 의존한다. 첫 상금을 1만원으로 잡으면 상한도 그만큼 커진다. 그러니 14원이라는 숫자 자체보다, 무한대가 두 자릿수로 접힌다는 구조를 읽는 게 맞다.
같은 기준으로 로또와 보험을 측정하면
여기까지는 200년 전 사고실험이다. 이 기준을 오늘 실제로 파는 상품에 적용해보면 어떻게 될까. 두 상품을 골랐다. 둘 다 기대값이 마이너스다.
로또 — 기대값도 마이너스, 로그효용도 마이너스
동행복권 공식 통계에 따르면 1등 당첨 확률은 8,145,060분의 1이다. 45개 숫자 중 6개를 고르는 조합의 수가 그만큼이다. 평균 1등 당첨금은 약 20억 1,400만원이고, 역대 최고는 407억, 최저는 4억 593만원이었다.
1등만 놓고 기대값을 구하면 20억 1,400만 ÷ 814만 = 약 247원이다. 1,000원을 내고 247원어치를 사는 셈이다. 전 등수를 합쳐도 복권 및 복권기금법에 따라 판매액의 약 50%만 당첨금으로 돌아가므로 1,000원당 500원이다. 확률이 극단적으로 낮은 사건을 어떻게 다뤄야 하는지는 폭락의 크기 분포에서 다른 각도로 다뤘다.
그럼 로그효용 기준으로는 얼마까지 낼 만한가.
| 자산 | 로또 1장에 낼 수 있는 상한 |
|---|---|
| 1,000만원 | 6.5원 |
| 5,000만원 | 22.8원 |
| 1억원 | 37.5원 |
| 10억원 | 135.5원 |
| 100억원 | 225.3원 |
어느 자산에서도 1,000원에 한참 못 미친다. 100억을 가진 사람에게조차 로또 한 장의 값은 225원이다.
동시에 이 표는 다른 것도 보여준다. 자산이 커질수록 상한이 오른다. 같은 상품인데 부자에게 덜 나쁘다. 잃는 1,000원이 그들에게는 더 가벼운 반면 따는 20억은 똑같이 20억이기 때문이다.
보험 — 기대값은 마이너스인데 사는 게 옳다
자산 5억원인 사람이 3억원짜리 손실을 0.3% 확률로 겪는다고 하자. 화재를 생각하면 된다.
공정보험료, 즉 기대손실은 3억 × 0.003 = 90만원이다. 보험사가 90만원만 받으면 장기적으로 본전이다. 그런데 보험사는 인건비와 이윤을 붙여야 하므로 실제로는 그보다 많이 받는다. 기대값만 보면 사면 안 되는 상품이다.
로그효용 기준으로 계산하면 답이 뒤집힌다.
보험 없이: 0.997 × ln(5억) + 0.003 × ln(2억)
이 값과 같아지는 확정 자산을 찾으면 5억 − 137만원이 나온다. 즉 137만원까지 내도 안 사는 것보다 낫다. 공정보험료 90만원의 1.53배다.
손실 규모를 바꿔가며 계산하면 이렇게 움직인다.
| 손실 / 자산 | 공정보험료 | 지불 상한 | 배수 |
|---|---|---|---|
| 10% | 15만원 | 15.8만원 | 1.05배 |
| 30% | 45만원 | 53.5만원 | 1.19배 |
| 50% | 75만원 | 103.9만원 | 1.38배 |
| 70% | 105만원 | 180.3만원 | 1.72배 |
자산 대비 손실이 클수록 더 비싸게 사도 된다. 전 재산의 10%를 날리는 위험에는 5%만 더 낼 수 있지만, 70%를 날리는 위험에는 72%를 더 내도 이득이다.
그래서 이 기준을 어디에 쓰나
두 상품의 차이는 도박이냐 보험이냐가 아니다. 로그효용이 보는 것은 그 결과가 내 자산을 몇 배로 만드느냐다.
로또는 잃어봐야 1,000원이라 자산이 사실상 그대로다. 로그를 씌우면 변화가 거의 0이다. 반면 딸 확률은 814만분의 1이라 기대에 기여하는 몫이 미미하다. 그래서 사도 얻는 게 없다.
보험이 막아주는 손실은 다르다. 자산의 60%가 날아가면 로그효용은 크게 떨어지고, 그 손실을 없애는 값어치가 확률이 작다는 사실을 압도한다.
기대값은 이 차이를 못 본다. 금액만 세기 때문이다.
실전에서 쓰는 방법은 셋으로 정리된다.
- “기대값이 크니까 소액이라도”라는 판단을 다시 본다. 텐배거나 신규 상장 코인처럼 기대값은 커 보이는데 확률이 극히 낮은 대상이 여기 해당한다. 로그효용은 자산 대비 비중을 묻는다. 잃어도 자산이 거의 안 변하는 크기라면 기대값이 커도 얻는 게 없다.
- 보험은 기대값으로 평가하지 않는다. 모든 보험은 기대값이 마이너스다. 그게 정상이고, 그럼에도 사는 게 옳은 경우가 있다. 기준은 하나다 — 그 사고가 내 자산의 몇 %인가. 10%짜리 위험이면 공정보험료의 5% 정도만 더 낼 만하고, 70%짜리면 72%까지 더 내도 된다.
- 거꾸로 자산 대비 작은 손실에는 보험을 사지 않는다. 연장 보증이나 소액 파손 보험이 여기 해당한다. 위 표의 첫 줄이 그 답이다. 자산의 10%도 안 되는 손실에는 얹을 수 있는 여유가 5%뿐인데, 실제 상품의 부가보험료율은 그보다 훨씬 높다.
한계도 적어둔다. 로그효용은 사람의 태도를 담는 여러 함수 중 하나일 뿐이고, 실제 사람은 이보다 손실을 더 크게 느낀다는 실험 결과가 많다. 위 계산은 손실을 완전히 보상받는다는 가정이라 자기부담금·면책 조항을 넣으면 상한이 내려간다. 그리고 로또에는 재미라는 값어치가 있는데 그건 이 계산에 들어가지 않는다. 1,000원어치 즐거움이라고 생각한다면 그건 소비이지 투자가 아니고, 이 글은 소비를 말리지 않는다.
베팅 크기를 정하는 계산으로 넘어가면 이 로그효용이 그대로 켈리 공식이 된다. 그쪽은 포지션 크기의 안전계수에 따로 적어뒀다.
자주 묻는 질문 (FAQ)
Q1. 그럼 로또를 사면 안 된다는 뜻인가요?
A. 투자로 본다면 그렇다. 1,000원을 내고 기대 회수가 500원이고, 로그효용으로도 상한이 37.5원(자산 1억 기준)이라 어느 기준으로도 미달이다. 다만 이 계산에는 재미가 빠져 있다. 추첨까지의 기대감에 1,000원을 지불한다고 생각하면 그건 영화표와 같은 소비이고, 이 글은 소비를 판정하지 않는다. 구분해야 할 건 하나다 — 자산을 불리는 수단으로 로또를 사고 있다면 그 계산은 틀렸다.
Q2. 보험은 몇 개나 드는 게 적당한가요?
A. 개수가 아니라 각 보험이 막아주는 손실이 내 자산의 몇 %인가로 판단한다. 위 표대로 자산의 절반 이상이 날아가는 사고는 공정보험료의 1.4배 넘게 내도 이득이고, 자산의 10% 이하 손실은 1.05배가 한계다. 실손·화재·배상책임처럼 파산을 막는 쪽은 우선순위가 높고, 휴대폰 파손이나 연장 보증처럼 자산에 흠집만 내는 쪽은 대체로 계산이 안 맞는다.
Q3. 저축성 보험이나 변액보험은 어떻게 보나요?
A. 이 글의 계산이 다루는 건 손실을 막는 기능뿐이다. 저축성 상품은 보장과 투자가 섞여 있어 같은 기준으로 측정하기 어렵다. 굳이 나눠 보면 보장 부분은 위 방식대로 판정하고, 투자 부분은 사업비와 수수료를 뺀 실질 수익률로 다른 금융상품과 비교하는 게 맞다. 두 기능을 한 상품에 묶으면 각각의 값어치가 보이지 않는다는 게 구조적인 문제다.
Q4. 기대값은 그럼 쓸모가 없나요?
A. 아니다. 반복 횟수가 많고 한 번의 결과가 자산에 미치는 영향이 작을 때는 기대값이 정확하다. 보험사가 수십만 건을 인수할 때, 편의점이 하루 수천 건을 파는 것처럼 대수의 법칙이 작동하는 상황이 그렇다. 기대값이 무너지는 건 반복이 적거나 한 번의 결과가 자산을 크게 흔들 때다. 개인의 자산 관리는 대체로 후자에 속한다.
동전은 지금도 던져지고 있다. 기대값은 여전히 무한대이고, 나는 여전히 14원 이상은 내지 않을 것이다. 무한대라는 말이 무한한 값어치를 뜻하지 않는다는 걸 알아내는 데 유럽 수학계가 25년을 썼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