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는 자본주의에 늦게 도착했다 — 자본주의의 진짜 규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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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주말 저녁, 통장거래내역을 보다가 멍해진 적이 있다.
이번 달 월급이 들어왔는데, 다음 주면 월세가 빠져나간다. 그 다음엔 카드값. 그 다음엔 적금, 보험, 부모님 용돈. 한 달 뒤 잔고는 또 비슷한 자리에 와 있을 것이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대로 30년을 더 일하면, 나는 어디에 도착할까?”
이 질문 하나가 내 모든 것을 바꿔놓았다.
월급은 안전한가, 위험한가
월급은 안전하다. 그래서 위험하다.
이 모순된 문장이 내가 가장 늦게 깨달은 진실이다. 매달 들어오는 안정감은 새로운 시도를 막는 진정제처럼 작용한다. “이만하면 됐어”라는 안주가 자라난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다른 진실이 보였다.
월급쟁이의 진짜 적은 회사도, 직장 상사도 아니다. 시간이다. 시간은 자본가에게는 친구지만, 노동자에게는 적이다.
자본주의의 진짜 규칙
자본주의에는 외면당한 진실이 하나 있다.
토마 피케티가 《21세기 자본》에서 보여준 가장 충격적인 공식.
r > g
(자본수익률 > 경제성장률)
자본을 가진 사람의 돈은 GDP보다 빠르게 늘어난다. 즉, 자고 일어나도 부자가 되는 것이 자본주의의 작동 원리다. 반대로 노동자는 깨어있는 시간만큼만 돈을 번다.
이것은 음모론이 아니라 자본주의의 수학적 결과다.
학교는 왜 가르치지 않는가
12년의 정규 교육과 4년의 대학을 거치며 배운 것들을 떠올려본다.
- 미적분
- 셰익스피어 비극
- 화학 반응식
- 고려와 조선의 정치사
배운다. 시험을 본다. 잊어버린다.
그런데 졸업 후 사회에 나오면, 단 한 번도 배우지 않은 것들이 인생을 결정한다.
배우지 않은 것:
- 신용카드의 작동 원리와 함정
- 복리의 마법
- 양날의 검인 레버리지
- 주식·채권·ETF의 본질적 차이
- 부동산 대출 구조와 LTV·DTI
- 연말정산과 세금 최적화
- 보험이 만들어지는 원리
- 인플레이션과 화폐 가치
이것은 우연이 아니다.
근대 학교 시스템은 산업혁명 시기에 공장에서 일할 노동자를 효율적으로 길러내기 위해 설계되었다. 정해진 시간에 출근하고, 시키는 일을 하고, 점심시간을 지키고, 퇴근하는 것을 익히는 곳이다.
자본가를 길러내는 시스템이 아니다. 노동자가 자본가가 되는 법은, 시스템 안에 들어있지 않다. 의도적일 것이다. 왜냐고?
작금의 현시대 역시 엄연히 계급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영주와 농노, 군주와 신하, 양반과 상민처럼 시대에 따라 불리는 명칭만 달랐을 뿐, 언제나 사회는 상하관계로 나뉘어 왔다. 포괄적으로 보면 지배층과 피지배층의 구조였고, 오늘날 역시 본질은 크게 다르지 않다.
이러한 상하관계의 위쪽에는 소수가 위치하고, 아래쪽에는 다수가 자리한다. 그래야만 위쪽의 소수가 아래쪽 다수의 희생을 대가로 더 많은 혜택과 권력을 누릴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현대 자본주의 구조에서 모든 노동자가 자본가가 되려 한다면, 그 체제는 결국 유지되기 어렵고 무너질 수밖에 없다.
나의 이야기 — 책부터 시작했다
이 모든 것을 고찰한 후, 나는 미친 듯이 책을 읽기 시작했다. 내 자신의 부족함을 채우려면 나보다 더 유능한 사람들의 생각을 알아야 하니깐.
처음 충격을 받은 책은 《부자 아빠 가난한 아빠》였다. “자산을 사라. 부채를 사지 마라.” 이 한 문장이 내가 평생 들었던 모든 경제 조언보다 가치 있었다.
그 다음 《부의 추월차선》, 《돈의 속성》, 《주식시장은 어떻게 반복되는가》, 《현명한 투자자》… 내 마음속의 책꽂이가 점점 채워졌다.
그리고 강의였다.
처음엔 무료. 그 다음엔 30만 원. 그 다음엔 100만 원. 그 다음엔 훨씬 더 고가의 강의.
가장 큰 손해는 돈도 시간도 아니었다.
진짜 손해는, 빠른 길을 찾으려고 했던 시간 그 자체였다.
SNS의 거짓말, 시장의 진실
요즘 인스타그램·유튜브·트위터에는 이런 광고가 넘쳐난다.
- “월 1억 만드는 자동화 시스템”
- “퇴사하고 디지털 노마드로”
- “3개월 만에 1억 만든 비법”
- “초보자도 가능한 1년 10배 수익”
진실은 어떨까.
워런 버핏이 80대에 보유한 자산 중 99%는 50대 이후에 형성된 것이다. 인류 역사상 가장 위대한 투자자의 부도, 결국 시간의 함수였다.
빠른 길을 찾는 사람은, 결국 가장 느린 길로 돌아가게 되어 있다.
그럼에도 직장인은 시작해야 한다
지금도 나는 여전히 직장인이다. 경제적 자유에 어느정도 도달했냐고 묻는다면, 솔직히 “이제 시작이다”라고 답할 것이다.
하지만 6년 전의 나와 지금의 나는 명백히 다르다.
6년 전:
- 월급 들어오면 쓰고, 남으면 적금
- 주식은 도박처럼 느껴졌고
- 부동산은 부모 세대의 일이라 여겼다
- 어떤 미래 계획도 없이 세월을 보냄
지금:
- 월급의 일정 비율은 투자에 활용(본인의 능력 향상을 위한 투자포함)
- 새로운 경제 트렌드 배우고 익히기
- 매일 남는 시간 틈틈히 경제 뉴스와 시황보기
- 모든 큰 결정의 기준에서 본질을 보려고 하고 리스크를 따지게 되었음
도착하지는 못했지만, 도착 가능한 길 위에 있다는 확신이 있다. 이 확신이, 매일 회사에 가는 나를 견디게 한다.
시작하는 사람에게 — 실용적 첫걸음
이 글을 여기까지 읽은 누군가가, 작은 무언가라도 시작하기를 바라며.
첫 번째 자산은 돈이 아니다
마지막으로 가장 하고 싶은 말.
부자가 되기 위해 가장 먼저 필요한 것은 돈이 아니라 경제 문해력(Financial Literacy) 이다.
돈은 늘어났다 줄어들 수 있다. 하지만 돈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이해하는 능력은, 한번 갖추면 평생 함께 간다.
자본주의는 잔인한 시스템이다. 하지만 규칙을 이해한 사람에게는, 그 어떤 시대보다 기회가 많은 시스템이기도 하다.
과거부터 지금까지 역사 속에서 시장은 언제나 부를 쌓을 수 있는 많은 기회를 제공해 왔다. 다만 그 기회를 알아볼 경제적 문해력이 부족했을 뿐이다.
학교는 가르치지 않는다. (입시 위주의 교육) 회사는 가르치지 않는다. (노동력 향상을 위한 교육) 부모님도 모르실 수 있다. (안타깝게도 빈곤한 가정환경에서 성장했다면, 그 환경 역시 하나의 결과물이다. 그리고 그런 결과가 만들어진 이유는, 결국 부모님 세대가 그 구조를 충분히 알지 못했기 때문)
그래서 우리는, 스스로 배워야 한다.
월급의 많고 적음이 문제가 아니다. 그 월급으로 무엇을 하느냐가 문제다.
그리고 모든 변화는, 작은 질문 하나에서 시작한다.
“이대로 30년이 흐르면, 나는 어디에 도착할까?”
이 질문 앞에 서 있는 당신에게, 작은 길잡이가 되었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