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돈의 작동원리 ③ — 기준금리, 돈의 값은 어떻게 정해지나 (한은 금리가 내 대출금리까지 오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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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편까지 돈의 양을 다뤘다. 통화는 5단계로 분류되고(①), 그 양은 신용창조를 통해 끝없이 불어난다(②). 이번 편의 질문은 다음이다.
“그 돈의 ‘값’은 누가, 어떻게 정하는가?”
돈에도 가격이 있다. 돈을 빌리는 값 — 그것이 금리다. 그리고 한 나라에서 돈값의 출발점이 되는 단 하나의 숫자가 기준금리다.
2026년 6월 현재 한국은행 기준금리는 연 2.50%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2026년 5월 회의까지 8회 연속 동결을 이어갔다. 그런데 은행 창구의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4~5%대다. 2.50%와 5% 사이, 그 간격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가 이번 편의 주제다.
기준금리란 — 한국은행이 정하는 ‘7일짜리 돈값’
기준금리는 막연한 선언이 아니라 구체적인 거래의 금리다.
한국은행 기준금리 = 한국은행이 금융기관과 7일물 환매조건부증권(RP) 을 거래할 때 기준이 되는 금리
쉽게 말해, 시중은행이 한국은행과 7일짜리 초단기 자금을 주고받을 때 적용되는 값이다. 1년에 8번 열리는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 가 이 숫자를 결정한다.
핵심은 이것이다. 한국은행은 시중의 모든 금리를 직접 정하지 않는다. 가장 짧은 만기의 돈값 하나만 정하고, 나머지는 시장이 그 위에 쌓아 올리도록 설계돼 있다.
전달 경로 — 2.50%가 내 대출금리 5%가 되기까지
기준금리가 시중금리로 번지는 길은 단계가 정해져 있다.
1단계 — 콜금리. 은행끼리 하루짜리 자금을 빌리는 콜시장 금리는 기준금리에 거의 즉시 수렴한다. 한국은행이 RP 거래로 단기 유동성을 조절하기 때문이다.
2단계 — 은행의 조달비용. 은행은 대출해줄 돈을 예금과 은행채로 조달한다. 기준금리가 움직이면 예금금리와 은행채 금리가 따라 움직이고, 이 조달비용의 평균이 COFIX(자금조달비용지수)라는 지수로 매달 집계된다.
3단계 — 대출금리. 은행은 COFIX나 금융채 금리 같은 지표금리 위에 가산금리를 얹고, 우대금리를 빼서 최종 대출금리를 만든다.
내 대출금리의 해부 — 지표 + 가산 − 우대
대출금리는 하나의 숫자가 아니라 세 부품의 조립품이다.
| 부품 | 누가 정하나 | 무엇이 움직이나 |
|---|---|---|
| 지표금리 | 시장 (COFIX·금융채) | 기준금리·채권시장 |
| 가산금리 | 은행 | 차주 신용도, 은행 전략, 규제 환경 |
| 우대금리 | 은행 (조건부) | 급여이체·자동이체·카드 실적 등 |
여기서 많은 사람이 놓치는 사실이 나온다. 기준금리가 직접 움직이는 부분은 지표금리뿐이다. 가산금리는 은행이 정하는 영역이라, 기준금리가 내려가도 은행이 가산금리를 올리면 대출금리는 그대로일 수 있다.
기준금리가 내려도 대출금리가 바로 안 내리는 3가지 이유
은행 창구에서 가장 자주 나오는 질문이다. 구조를 알면 답은 명확하다.
첫째, COFIX는 후행 지표다. 이번 달 공시되는 COFIX는 지난달 조달비용의 집계다. 기준금리 인하가 예금금리에 반영되고, 그것이 COFIX에 집계되고, 다시 내 대출금리에 적용되기까지 1~2개월 이상의 시차가 생긴다.
둘째, 변동금리에도 ‘변동 주기’가 있다. 변동금리 주택담보대출은 보통 6개월마다 금리가 재산정된다. 기준금리가 오늘 내려도, 내 대출의 다음 재산정일이 5개월 뒤라면 그때까지 기존 금리가 유지된다.
셋째, 가산금리는 은행의 재량이다. 금리 인하기에 은행이 수익성 방어를 위해 가산금리를 올리면, 지표금리 하락분이 상쇄된다. 반대로 금리 인상기엔 당국의 압박으로 가산금리가 눌리기도 한다. 대출금리가 기준금리를 ‘비대칭적으로’ 따라가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장단기 금리 — 만기가 길수록 다른 세상
기준금리는 7일짜리 돈값이다. 그런데 3년·10년짜리 돈값(국고채 금리)은 기준금리만으로 정해지지 않는다. 미래 기준금리에 대한 기대와 기간 프리미엄이 더해지기 때문이다.
- 시장이 “앞으로 금리가 내려간다”고 보면 → 장기금리가 기준금리보다 먼저 내려간다
- 시장이 “물가가 다시 오른다”고 보면 → 기준금리가 동결돼도 장기금리는 오른다
그래서 채권시장은 종종 한국은행보다 먼저 움직인다. 주택담보대출 고정금리(금융채 5년물 연동)가 기준금리 변동 없이도 출렁이는 이유다.
2026년 현재 — 못 내리고, 못 올리는 딜레마
이론을 현재에 대입해 보면 이번 동결 행진의 구조가 보인다.
| 항목 | 수치 (2026년 6월 기준) |
|---|---|
| 한국은행 기준금리 | 2.50% (8회 연속 동결) |
| 미국 연준 기준금리 | 3.50~3.75% |
| 한미 금리차 | 약 1.00~1.25%p 역전 (미국이 더 높음) |
| 소비자물가 상승률 (5월) | 3.1% (26개월 만 최고) |
※ 한국은행·미 연준 공시 기준. 최신 수치는 한국은행과 각 중앙은행 발표 참조.
- 내리지 못하는 이유: 한미 금리차가 이미 역전된 상태에서 추가 인하는 원화 약세(환율 상승)를 부추긴다. 환율은 다시 수입물가를 밀어 올린다.
- 올리지 못하는 이유: 내수와 가계부채 부담이 크다. 금리 인상은 대출 원리금 부담을 키워 소비를 누른다.
기준금리 하나에 물가·환율·가계부채가 모두 걸려 있는 셈이다. 이 줄다리기의 다음 장면이 ④편(물가)과 ⑤편(환율)으로 이어진다.
금리는 결국, 한 나라가 감당할 수 있는 돈값의 합의점이다.
마무리
- 기준금리는 한국은행이 정하는 7일물 RP 금리 — 모든 시중금리의 출발점
- 전달 경로: 기준금리 → 콜금리 → 조달비용(COFIX) → 대출금리
- 대출금리 = 지표금리 + 가산금리 − 우대금리 — 기준금리는 지표금리에만 직접 작용
- 전달에는 시차(COFIX 후행·6개월 변동주기)와 마찰(가산금리 재량)이 존재
- 2026년 현재: 기준금리 2.50%, 한미 금리차 역전 속 동결 딜레마
다음 편에서는 이 금리가 지키려는 대상, 물가를 다룬다. 내 돈의 구매력은 왜 줄어드는가 — 인플레이션의 해부다.
자주 묻는 질문 (FAQ)
Q1. 기준금리가 내리면 예금금리부터 내리는 이유는?
A. 예금금리는 은행의 조달비용이라 은행이 빠르게 조정할수록 유리하기 때문이다. 반면 대출금리는 은행의 수익이라 천천히 내릴 유인이 있다. 전달 경로의 비대칭은 구조적인 현상이다.
Q2. 변동금리와 고정금리, 지금은 뭐가 유리한가?
A. 정답은 없다. 변동금리는 신규 COFIX에 연동돼 인하기에 빨리 반영되지만, 고정금리(금융채 5년물 연동)는 시장의 인하 기대를 이미 선반영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현재 금리 수준보다 본인의 상환 여력과 변동 감내 능력으로 고르는 것이 안전하다.
Q3. 대출 갈아타기(대환대출)는 언제 검토하나?
A. 기존 대출의 가산금리가 현재 신규 대출보다 눈에 띄게 높을 때다. 온라인 대환대출 인프라로 앱에서 금리 비교가 가능해졌다. 다만 중도상환수수료(보통 3년 이내)와 우대금리 조건 변화까지 합산해서 따져야 실익이 정확하다.
Q4. 금통위 일정은 어디서 확인하나?
A. 한국은행 홈페이지의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 일정에서 연간 8회 일정을 공개한다. 결정문과 총재 기자간담회까지 함께 보면 다음 방향의 힌트를 읽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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