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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8년 초 미국 주식에 넣은 100달러는 2025년 말 115만 달러가 됐다. 석 달짜리 미국 국채에 굴린 100달러는 2,578달러였다. 449배의 차이를 경제학에서는 리스크 프리미엄이라고 부르는데, 위험을 떠안은 쪽이 얹어 받는 웃돈을 가리킨다.

그렇다면 그 웃돈은 누가 주고, 왜 하필 주식을 산 사람이 받는 걸까.

더 위험한 자산이 더 벌었다

뉴욕대 아스와스 다모다란 교수는 1928년부터 미국 자산의 연간 수익률을 정리해 공개하고 있다. 주식 수익률에는 배당이 포함돼 있다. 2025년까지 98년 치를 내려받아 해마다 물가상승률을 빼고, 복리로 굴렸을 때 1년에 평균 몇 %씩 불었는지 계산했다.

자산실질 수익률 (연)변동성 (연)감수하는 것
단기국채 (3개월)0.33%3.0%석 달 뒤 정부가 갚으니 거의 없다
장기국채 (10년)1.45%7.9%10년간 돈이 묶이고, 그사이 금리가 오르면 값이 떨어진다
회사채 (Baa 등급)3.49%7.7%기업이 못 갚을 가능성
주식 (S&P500)6.78%19.4%갚겠다는 약속 자체가 없다. 이익이 줄면 배당도 주가도 준다
소형주 (하위 10%)8.68%37.9%위의 전부에 더해, 망할 가능성이 크다

표 아래로 갈수록 떠안는 위험이 하나씩 늘어나고 수익률도 그만큼 높아진다. 자산 사이의 수익률 차이에는 각각 이름이 붙어 있다.

  • 단기국채와 장기국채의 차이는 기간 프리미엄이다. 돈을 오래 묶어둔 사람이 연 1.16%p를 더 받았다.
  • 장기국채와 회사채의 차이는 신용 프리미엄이다. 떼일 수도 있는 기업에 빌려준 사람이 연 2.09%p를 더 받았다.
  • 장기국채와 주식의 차이는 주식 프리미엄이다. 주식은 원금을 돌려줄 의무조차 없는데, 그걸 감수한 사람이 연 5.48%p를 더 가져갔다.

세 차이는 모두 물가를 빼기 전 수익률로 쟀다. Baa는 무디스 신용등급 중 투자적격 등급의 맨 아래 단계다.

기대수익률 = 무위험수익률 + 리스크 프리미엄

돈을 물에 빗대면 자산 사이의 수익률 차이는 낙차다. 높낮이가 없으면 물이 흐르지 않는 것처럼, 위험에 차이가 없으면 웃돈도 붙지 않는다.

주식의 작동원리 ①에서는 주식이 길게 보면 오르는 이유를 통화, 이익, 재투자라는 세 개의 바람으로 설명했다. 바람이 설명하는 건 무엇이 커지느냐까지다. 커진 이익이 주식을 든 사람에게 돌아가는 건 그 사람이 위험을 대신 떠안았기 때문이다.

리스크 프리미엄, 미국 자산별 변동성과 실질 수익률 1928~2025

금은 왜 덜 벌었나

금은 98년 동안 연 21.5%씩 흔들려 주식(19.4%)보다 변동이 컸다. 그런데도 실질 수익률은 2.50%로 주식의 3분의 1을 조금 넘는 데 그쳤다.

1971년까지는 금값이 달러에 묶여 있었으니 그 영향일 수도 있다. 그래서 가격이 자유로워진 1972년 이후만 따로 떼어 봤는데, 금은 연 27.3% 흔들리며 실질 4.81%를 벌었고 주식은 17.0% 흔들리며 6.89%를 벌었다. 금이 더 흔들리고 덜 버는 건 마찬가지였다.

위험이 클수록 보상도 크다는 논리로는 금을 설명할 수 없다. 그래서 주식이 가장 나빴던 해에 금은 어땠는지를 찾아봤다.

주식이 가장 크게 떨어진 10년, 같은 해 금 수익률

주식이 크게 무너진 해에 금은 대체로 버텼다. 98년 전체로 봐도 두 자산 수익률의 상관계수는 −0.06이라 같이 움직였다고 보기 어렵다.

주식은 경기가 나빠 다들 힘들 때 같이 무너진다. 일자리가 흔들리고 돈이 가장 필요한 순간에 투자금까지 줄어드니, 그런 자산을 기꺼이 들고 있어 줄 사람을 찾으려면 웃돈을 얹어줘야 한다.

금은 그 반대편에 있었다. 다들 힘들 때 버텨주니 보험과 비슷한데, 보험은 드는 사람이 돈을 낸다. 금을 들고 있으면 위험을 떠안은 값을 받기는커녕 나쁜 해를 대비하는 비용을 치르는 셈이고, 주식보다 낮은 수익률이 그 보험료다. 금과 주식을 가른 건 흔들림의 크기가 아니라 손해를 보는 시점이었다.

같은 손실이라도 언제 입느냐에 따라 아픔이 다르다는 건 기대값이 무한대인 게임에서 로그효용으로 다룬 내용이기도 하다. 가진 게 적을 때 잃는 10만 원은 넉넉할 때의 10만 원보다 훨씬 아프고, 경기가 나쁠 때는 대부분의 사람이 가진 게 적어진다.

오래 들고 있어도 질 수 있다

주식 프리미엄이 연 6%p를 넘는다면 주식을 사서 들고 있기만 하면 될 것 같다. 그런데 보유 기간별로 나눠 보면 꼭 그렇지도 않았다.

보유기간별로 주식이 단기국채보다 못했던 구간의 비율

그렇다고 20년이면 안전하다고 단정하기도 어렵다. 1999년 말 고점에 산 사람은 물가를 빼고 보면 2012년까지 13년 동안 그 고점을 되찾지 못했다. 같은 기간 단기국채에 넣어둔 사람은 적어도 구매력은 지켰다.

보상이 확실하다면 애초에 위험이라고 부르지 않았을 것이고, 그런 자산에 웃돈이 붙을 리도 없다. 연 6%p가 넘는 프리미엄은 십수 년씩 그걸 못 받는 시기까지 견딘 사람에게 돌아갔다.

이론으로는 크기가 설명되지 않는다

손해를 보는 시점에 값이 매겨진다는 방향은 이론과 데이터가 일치하는데, 웃돈의 크기는 이론으로 설명이 안 된다.

1985년 라즈니시 메라와 에드워드 프레스콧은 이 원리를 수식으로 옮겨, 미국 주식 프리미엄이 얼마여야 하는지 계산했다. 사람들이 위험을 싫어하는 정도(위험회피 계수)를 0부터 10까지 넓게 바꿔 넣어도, 모형이 만들어낼 수 있는 프리미엄은 최대 0.35%였다. 실제 1889~1978년 미국의 주식 프리미엄은 약 6%였다(원논문).

모형의 답이 이렇게 작게 나온 건 실제 미국인의 소비가 불황에도 생각만큼 줄지 않았기 때문이다. 불황이 견딜 만하다면 그때 무너지는 자산을 피할 이유도 적고, 웃돈이 클 필요도 없다. 모형대로라면 주식 프리미엄은 1%도 안 됐어야 한다.

이 어긋남에는 주식 프리미엄 퍼즐이라는 이름이 붙었고, 40년이 지난 지금도 풀리지 않았다. 대공황 같은 드문 재앙을 사람들이 유난히 두려워해서라는 설명(리츠, 1988)도 있고, 손실을 같은 크기의 이익보다 훨씬 아프게 느끼는 데다 계좌를 너무 자주 들여다봐서라는 설명(베나치와 탈러, 1995)도 있지만, 정설로 굳은 답은 아직 없다.

나는 퍼즐이 풀리지 않았다는 사실이 크게 불편하지 않았다. 웃돈이 누구에게 가는지는 이론이 맞혔고, 틀린 건 액수인데 그마저 투자자에게 유리한 쪽으로 틀렸다. 이론대로라면 받지 못했을 웃돈을 주식 투자자는 98년 동안 받아왔다.

내 자산 결정에 옮겨보면

미국 데이터지만 한국에서 자산을 고를 때도 그대로 쓸 수 있는 것들이 있다.

  1. 자산을 고를 때는 얼마나 흔들리는지와 함께 언제 흔들리는지를 본다. 월급이 위태로운 시기에 같이 무너지는 자산은 웃돈을 주는 대신 가장 아플 때 아프게 한다. 그 시기에 버티는 자산은 수익이 낮아도 들고 있을 이유가 있다. 경기 국면마다 어떤 자산이 버텼는지는 경기의 작동원리 시리즈의 자산배분 편에 정리해뒀다.
  2. 프리미엄은 오래 견딘 사람에게 돌아간다. 1년 단위로 보면 세 번에 한 번은 단기국채에 지는 게임이고, 98년 데이터에서 한 번도 지지 않은 건 20년 넘게 들고 있었을 때뿐이다.
  3. 기간 프리미엄은 생각보다 작았다. 장기국채는 단기국채보다 연 1.16%p를 더 줬을 뿐이고, 2022년에는 금리 급등으로 한 해 17.8% 떨어졌다. 국채를 오래 들고 있는 것만으로 크게 벌기는 어렵다.

아쉬운 점도 있다. 여기 쓴 숫자는 전부 미국 것이다. 코스피는 배당을 뺀 가격지수로만 길게 구할 수 있어서 국채나 예금과 같은 기준으로 비교할 수 없었고, 한국 국고채의 긴 시계열은 이번에 구하지 못했다. 미국의 98년은 대공황과 세계대전, 석유파동을 다 겪은 드문 기록이지만, 거꾸로 보면 끝까지 살아남아 세계 최대 시장이 된 나라 하나의 기록이기도 하다. 과거가 그랬다고 앞으로도 그러리라는 보장은 없다.

자주 묻는 질문 (FAQ)

Q1. 주식 프리미엄은 앞으로도 연 6%p쯤 될까?

A. 장담할 수 없다. 6%p는 98년 동안의 평균일 뿐이고, 주가가 비쌀 때 시작하면 그 뒤 프리미엄이 작아지는 경향이 있다는 연구가 많다. 10년을 들고 있어도 일곱 번에 한 번은 단기국채에 졌으니, 과거 평균을 앞으로의 약속처럼 읽을 수는 없다.

Q2. 채권 투자 방법은 어떻게 고르나?

A. 개인이 채권을 사는 방법은 크게 세 가지다. 증권사에서 국채나 회사채를 직접 사는 방법, 채권 ETF, 그리고 개인투자용 국채다. 직접 사서 만기까지 들고 가면 받을 이자와 원금이 정해져 있지만, 중간에 팔려고 하면 제값을 받기 어렵다. 채권 ETF는 사고팔기 쉬운 대신 만기가 없어서, 금리가 오르면 떨어진 가격이 오래 회복되지 않을 수 있다. 회사채는 신용 프리미엄을 더 주는 만큼 떼일 위험도 함께 떠안는다. 상품별 금리와 세금 조건은 자주 바뀌니 가입할 때 증권사와 기획재정부 공지를 확인하는 게 좋다.

Q3. 그럼 금은 사지 말아야 하나?

A. 수익이 낮다고 쓸모까지 없는 건 아니다. 금은 주식이 가장 나빴던 해에 대체로 버텼다. 98년 데이터로 보면 금은 수익을 노리고 사는 자산이라기보다, 나쁜 해를 대비해 보험료를 내듯 들고 있는 자산이다. 그래서 금만 따로 들기보다 주식과 섞어 둘 때 쓸모가 생긴다.

Q4. 비트코인에도 리스크 프리미엄이 있나?

A. 아직 판단하기 어렵다. 비트코인은 2020년 3월 코로나 급락 때 33%, 2022년 상반기 긴축 때 57% 떨어져 나쁜 시기에 주식과 함께 무너졌다. 손해를 보는 시점만 놓고 보면 웃돈이 붙어야 할 자산이다. 하지만 금처럼 현금흐름이 없어서 그 웃돈을 누가 치르는지가 주식만큼 분명하지 않고, 역사도 20년이 안 돼 98년 같은 긴 기록이 없다.


그런데 주식이 98년 동안 연 6%p 넘는 웃돈을 줬다는 건 비밀이 아니다. 교과서에도 나오고, 다모다란의 파일은 누구나 내려받을 수 있다. 다들 알고 있다면 너도나도 주식을 사들여 가격이 오르고, 그 웃돈은 진작 사라졌어야 하지 않을까. 시장 가격이 이런 정보를 얼마나 빨리, 얼마나 깊이 반영하는지가 다음 편에서 다룰 효율적 시장 가설의 질문이다.

시리즈

시장의 작동원리

  1. 시장의 작동원리 로드맵 — 수익의 원천에서 시장을 이기는 조건까지 (전 5편 가이드)
  2. 시장의 작동원리 ① — 리스크 프리미엄, 수익은 누가 왜 주는가
  3. 시장의 작동원리 ② — 효율적 시장 가설, 가격은 이미 알고 있다
  4. 시장의 작동원리 ③ — 알파와 베타, 내 수익을 둘로 쪼개는 법
  5. 시장의 작동원리 ④ — 팩터 투자, 알파는 발견되는 순간 베타가 된다
  6. 시장의 작동원리 ⑤ — 액티브 vs 패시브, 시장을 이긴다는 것의 산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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